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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날 들으면 더욱 매력있는 짙은의 Wonderland EP 앨범 감상

세상에는 음악을 듣는 사람과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이렇게 두가지 부류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보다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1000만대 이상이나 있다고 한다. 또 핸드폰 사용자도 꽤 많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면 바로 라디오를 켜거나 자동차 내에서 CD 플레이어를 작동하여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핸드폰으로도 음악을 감상하기 좋다. 장마철이나 우울한 날, 또는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날 들으면 좋은 음악으로 짙은의 음악이 있다. 음악장르는 브릿팝스러운 음악으로 경쾌하거나 상큼발랄한 음악은 아니지만 듣는이로 하여금 감성의 미학을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는 괜찮은 음악이다.
2008년 동명타이틀 데뷔 앨범을 발표한 '짙은'이 새로운 EP 앨범인 [Wonderland]로 돌아왔다. 얼마전에 'TV Show'라는 싱글곡을 들어보았었는데, 장마철에 듣게 되어 기분이 좋은 음악이었다. 1집의 성공과 MBC 드라마 '트리플'의 음악감독 등으로 활동도 하며, 국내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  대중적인 공감을 얻고있는 파스텔 뮤직의 간판 뮤지션 중의 한 밴드인 '짙은'.
쨍한 날이나 나른한 오후에 듣기에는 조금 졸리운 음악이다. 영국의 브릿팝이 한국와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영국의 '오아시스'와 '라디오헤드'가 있어서 브릿팝은 여전히 즐겨듣는 매니아들이 많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죽지 않았다면 현재의 얼터너티브 록 음악은 또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펄잼', '콜렉티브 소울' 등의 몇몇 유명한 얼터너티브 록밴드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스매싱 펌킨스'는 10년 만에 내한공연도 한다. 그런지 록 밴드 '크리드'도 재결성되어 신보도 내놓았다. 연초에 우리나라에는 안 좋은 일이 생겨서 그런지 올해는 '서태지의 ETP 페스티벌'은 열리지 않지만, 많은 공연들은 여전히 잘 기획되고 잘 치러지고 있다.
짙은의 'Wonderland' EP 앨범이다. 앨범 아트웍이 아주 인상적이다.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Marumiyan'가 작업했다고 한다. 짙은의 EP 앨범 제목인 'Wonderland'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앨범의 뒷면에는 수록곡 8곡이 간략하게 표기되어 있고, 자연과 산업이 공존하고 있는 'Wonderland'를 표현하는 특이한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이 보인다.
앨범의 수록곡은 모두 8곡이다. 필자 생각에 2,3곡 더 만들어서 정규 2집 앨범으로 내놓아도 좋았을 것 같다.
. 수록곡 리스트
  • 01. Feel Alright
  • 02. TV Show
  • 03. December
  • 04. Save
  • 05. Rock Doves
  • 06. 그런 너
  • 07. Wonderland
  • 08. 빙하


  • 얼마전에 요아리의 싸인이 있는 싱글앨범도 받아서 같이 사진에 담아보았다. 작년 여름인가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도 많은 인디밴드들과 브릿팝 밴드들이 공연을 하였었다. 올해에는 영국의 'MUSE'가 헤드라이너로 정해져있다. 영국 밴드 중에서는 특히 'Travis'를 좋아했었는데, 아쉽게도 몇년 전에 팀이 해체하여 현재는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아쉽다.
    매우 잔잔하게 흘러가는 'Feel Alright'가 앨범의 포문을 열고 있다. 어쿠스틱 사운드로 약간 현악기가 들어가서 더욱 차분하게 들리는 'Feel Alright'는 '시간의 틈에서 머물 수 있도록'이라는 가사가 귀에 바로 와닿는다. 지난 겨울 꽤 추웠었는데, 건조하지만 너무 처지지 않는 잔잔한 스타일의 어쿠스틱 곡이라 듣기가 참 좋았다. 음의 변화가 많지 않고 심플하지만 간결한 멜로디와 지적인 '윤형로'의 모습과 함께 차분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울적했던 마음이 다시 밝아지는 느낌이다. 곡의 마지막 부분은 약간 재즈적인 느낌으로 페이드 아웃되며 끝이 난다. 음의 공간감이 뛰어나며 브릿팝 고수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첫번째 트랙이다.  
    두번째 트랙은 타이틀곡인 'TV Show'이다. MBC 라라라 음악방송에서도 들었던 곡으로, 후렴구의 멜로디와 가사가 아름다운 곡이다. 곡의 전반부는 트윈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되고 곡의 중반부 이후부터 밴드 형식으로 이어진다. 
    세번째 트랙은 'December' 라는 곡명으로 싱글곡으로 미리 발표되었던 곡이다. 12월 겨울의 건조한 감성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곡이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여름은 덥지 않고 겨울은 춥지 않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연인과 이별을 한 뒤에는 겨울은 더욱 춥게 느껴진다. 우울한 성격의 사람들은 특히 12월 겨울보다는 봄에 더욱 외롭고 우울한 감성이 극대화 된다고 하는데,  '짙은'은 추운 겨울 'December'라는 좋은 곡을 만들어서 추운 겨울과 이별의 슬픔, 그리고 우울한 마음 등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네번째 트랙은 'Save' 라는 곡명으로 전반적으로 구슬프고 슬픈 음악 느낌이며, 종교적인 느낌도 조금 받을 수 있다. 참회와 구원을 바라는 듯 한 느낌도 받을 수 있고, '짙은'만의 애절한 독백을 듣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다섯번째 트랙은 'Rock Doves'라는 곡명으로 가장 록스러운 곡이다. 반복되어지는 가사도 많고, 짙은 스타일만의 얼터너티브 록 음악 스타일이라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곡이다. 곡의 중반부 이후 절제된 하일라이트 연주 부분도 괜찮고, 영국의 '라디오헤드' 또는 우리나라의 '피터팬 콤플렉스'가 생각나는 좋은 록음악이다. 여섯번 째 곡은 '그런 너'라는 곡명으로 가사가 꽤 짧은 곡이다. 보컬의 음색이나 전체적인 음악 색깔, 그리고 곡의 진행 등이 영국의 많은 브릿팝 밴드들을 생각나게 하는 곡이다. 영국의 'Suede'나 'Travis' 등을 좋아하는 브릿팝 매니아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음악 스타일이다.  곡의 중반부 '지글이글지글이글' 거리는 기타 톤은 꽤 혼돈스러운 '짙은'의 마음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일곱번째 트랙은 앨범 타이틀과 같은 'Wonderland' 이다. 5번 트랙인 'Rock Doves'와 함께 영어 가사로 된 노래로, 첼로 연주가 들어가서 더욱 우울한 감성의 미학이 깊게 들어가 있다. 장마철 또는 짙은 안개가 낀날,  이슬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날 들으면 좋은 곡이다. 영어가사로 된 노래이니, 일본과 한국의 록페스티벌에서도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곡으로, 아쉬운 점은 한국적인 음악스타일보다는 너무 영국적인 음악스타일로 일관하고 있어서 아쉽다. 김C의 음악이 예능에 힘을 입어 가요 순위에서 1위를 하기도 하는 독특한 한국의 대중가요계에서 짙은의 음악성도 매니아들에게는 꽤 인정받을 만하지만, 독창성은 결여된 음악스타일로 계속해서 3집, 4집 같은 스타일로 앨범을 내기에는 '짙은'의 두 멤버도 음악하기 어렵지는 않을까?
    여덟번째 트랙이자 마지막 트랙은 '빙하'라는 곡으로, 첼로 연주가 더해져서 꽤나 우울하고 급다운되는 음악스타일로 아방가르드스러운 실험적인 록음악 스타일을 띄고 있는데, 곡의 후반부 들을 수 있는 불협화음은 지금까지 잔잔하고 차분하고 정적이고 지적이었던 짙은의 음악성과는 너무나 상반된 스타일의 곡으로 끝을 맺는다. 다음 3집 앨범에서는 이런 스타일로 앨범을 발표하지는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묘하게 짙은 안개가 아닌 꽤나 빙하스러운 마지막 곡이다. 보이는 부분은 꽤 작지만 그 아래에 안보이는 부분에는 엄청난 질량의 미묘한 감정들이 뭉쳐져 있을 듯 하다.

    - 마무리-
    짙은의 Wonderland EP 앨범은 브릿팝 매니아들에게는 꽤 추천할만한 음악이지만, 사실 새로울 것은 없는 영국 록음악 스타일이다. 앞으로도 음악스타일은 크게 변화할 것 같지 않고, 1집에서 큰 히트곡이 있지는 않았으므로, 소포모어 징크스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짙은의 음악으로 짙은 안개가 낀 날 더욱 우울한 감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브릿팝 매니아들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파스텔 뮤직의 타루, 미스티 블루, 재주소년 등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짙은의 음악도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올 여름 휴가를 산이나 계곡으로 떠나 새벽 아침에 산중턱에 걸려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짙은 안개를 바라보며, 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계곡 물가 텐트 속에서 짙은의 음악을 들으며, 수박 한덩이 쓱싹 해치운다면 소박한 여름휴가의 끝자락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같다. 특히 여름 밤에 계곡의 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이상한 나라에서 왔지만 이상하지 않은 짙은의 차분하고 차가운 감성이 담긴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