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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저리 부대끼는 삶에 지쳤다 싶을 때면 무언가 내 몸을 위해 특별한 것을 먹어줘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된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골목이 있으니 바로 제기동 경동시장 옆에 있는 약전골목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때까지 약전골목에서 살았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본 약전골목은 한약냄새가 여전했다. 학창시절 근처 한약상가에서 한약 배송 아르바이트도 해보았던 곳이기도 하다.
버스를 타고 도착하여 경동시장에 내려서 먼저 약령시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길가에는 많은 노점들이 있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호박과 겨울살이였다.



제기동 약전 골목에 닿으면 알싸한 한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상점마다 커다란 자루에 수북이 쌓여 있는 약재들은 오미자, 둥글레, 헛개나무, 영지, 감초 등 눈에 익은 것도 있고, 상백피, 유근피, 아가위, 찰피 등 낯선 이름도 있다. 노란 국화꽃잎오 자루에 가득 들어있는데 따끈따끈한 차로 마셔도 좋고, 종잇장 같이 새하얀 헛개나무 속질과 염소 똥 마냥 새까만 헛개나무 열매는 신기하다.


구수하고 쌉살한 냄새를 풍기는 탕제원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이곳은 서울 약령시, 약령시란 한약재를 전문으로 다루는 시장을 말한다. 세종실록에 보면 조선 건국 초기, 왕명에 의하여 여행자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며 의지할 데 없던 병자와 백성들의 구휼기관 '보제원'을 제기2동 148-5 자리에 두었다. 그 후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충청도 등지에서 생산, 채취된 한약재가 옛 성동역과 청량리역,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해 운반되니 이를 취급하는 업소들이 주위로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해 지금의 제기동 약전골목이 되었다. 흔히 경동시장 혹은 경동약령시장으로 불리다가 1995년 6월 1일부터 '서울약령시'라는 이름으로 재래시장은 경동시장과 구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근처 경동시장에는 손님들로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약령시 골목은 꽤 한가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저런 약재에 대해서 물어보면 자세하게 알려준다.


생산지가 표시된 각종 약재. 모양과 색상도 정말 다양하다. 재료를 구해 약을 달여주는 탕제원에 의뢰하면 먹기 좋은 진공포장 팩으로 만들어 준다.





선물용으로 포장되어 있는 각종 한약재들...가격은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구입한 곳에서 택배 비용과 한약으로 만들어주는 비용까지 포함하여 가격이 정해져 있다. 설날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얼핏 보기에는 제기동에 있는 상점들이 모두 한약재를 취급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한의원, 한약국, 한약방 등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한의원은 한의대를 나와 국가고시 한의사에 합격해 진맥을 할 수 있는 한의사가 있는 곳이고, 한약국은 한약 조제사 시험에 합격해 한약을 조제할 수 있는 한약사가 있는 곳이며, 한약방은 한약사가 적어준 약방문대로 한약을 혼합 판매하는 곳이다.
 이외에 한약재를 분말로 만들거나 환으로 빚는 제분소, 한약재를 달여 주는 탕제원 등이 있는데 동대문구의 제기동, 용두동 일대 서울약령시에는 굉장히 많은 한의원, 한약국, 한약방, 수출입업체, 도매업, 한약 관련 상회가 밀집해 있다고 한다.



여러가지 한약재 중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지네 말린 것이었다. 북한산과 중국산 2가지로 분류되어 한묶음에 50마리이고, 가격은 북한산이 3만원, 중국산이 2만 5천원이라고 한다. 가격에는 다른 약재 2가지를 포함하여 가루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먹는 방법은 티스푼으로 떠먹으면 된다고 하는데, 맛은 메뚜기 먹는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네 약재의 모습이다.





현재 서울  약령시 입구에는 수시로 변하는 한약재 가격 동향판을 설치해두고 있으므로, 약재를 구입하기 전 가격을 미리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 또 시장 내에 12개의 아치를 세워 어느 점포든 찾아가기 쉽도록 했다.





서울약령시에는 정말 많은 한약재가 있다. 500여 종의 약재가 거래된다고 한다. 중국산과 국산은 가격도 차이가 나고, 효능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왕이면 국산 약초를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차로 끓여 마시면 좋은 향긋한 국화꽃


구정을 맞이하여 다양한 제사용 물품들도 약령시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무척 힘이 좋아보이는 가물치와 정말 많은 자라..그리고 힘차게 꿈틀대는 미꾸라지들....


백숙이나 삼계탕을 해먹을때 같이 넣어먹는 황기


어렸을 때 많이 마셨던 결명자차다..두충차, 보리차, 옥수수차와 함께...
시력에 도움이 되는 결명자차..








한약탕을 끓이는 제분소도 한약방 근처에 많이 있었다.


왼쪽에는 80년대 미도파 백화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근처 성일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이 골목은 중학교 시절 항상 등하교 하던 길이었다. 골목길은 80년대랑 크게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약령시를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서울약령시 한의약 박물관을 구경하려고 하였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아쉬웠다.
감기몸살로 고생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약령시를 방문하여 감기에 좋은 약재를 구입하여도 좋을 것 같다. 약령시 상인들은 손님의 얼굴만 봐도 바로 무슨 약재를 구하려는지 한번에 아는 것 같기도 하다. 말로만 들어보고 자세히 보지 못했던 약재들을 실제로 구경하는 재미도 크고, 걸으면서 보약을 들이키는 기분에 냄새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은 약령시는 경동시장에 장보러 가는 날이면 꼭 한번쯤은 가보면 좋은 한약전문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