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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시장] 간판, 노점상, 반찬가게, 아저씨 패션이야기



간판은 물건을 상상하게 한다.

전복이나 미역을 살 때면 '완도생선'에 가야 될 것 같고, '목포김치'라는 간판만 봐도 전라도 김치의 감칠맛이 입안에서 감돈다. 그리고 '용닭'이란 이름을 들으면 얼마나 실하면 용닭인가 싶어 한번 더 기웃거리게 되는 간판의 위력.
예전과 달리 시장에는 아케이드 공사도 이뤄지고, 새로운 모습이 간판이 늘어섰다. 제각각이던 크기와 모양은 통일감 있게 정비된 모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장의 간판은 간판고유의 기능면에서는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아케이드의 좁은 통로 양편에 꽤나 높이 달린 간판은 걷는 사람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게다가 시장 좌판물건은 아래에 있으니 웬만해선 위쪽까지 눈이 가지 않는다.  



시장에서 간판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대신 손님들은 상인의 얼굴, 그 얼굴에 한 기억으로 시장을 온다고 한다. 즉 단골집을 가게 되므로 간판보다는 가게 주인의 얼굴을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전통시장에서는 상인의 얼굴이 간판인 셈이다.


그래도 간판이 보기 좋게 된 점은 전통시장을 처음 오는 젋은세대들에게는 좋게 느껴진다.



시장에는 노점상이 꼭 있는데, 노점이 생기면 다른 상점의 이득을 침해하고, 교통방해, 위생, 안전 등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지만, 시장 사람들이 시장 형성에 노점의 역할이 크다고 인정할 경우, 노점을 껴안고 공생의 길을 찾는다. 시장내 노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수록, 시장 안에 노점이 번성할수록 이해와 포용심이 가득한 시장공간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재래시장에 노점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서로의 영역을 지키되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뜻이 아닐까?
위에 사진에서는 이동노점으로 작은 리어카에 개미, 바퀴 약등을 판매하는 아저씨가 보인다.



재래시장의 변화를 가장 많이 탄 건, 역시 반찬가게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네 식문화에서 반찬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위치다. 요즘은 싱글족이 많아졌다. 식당에서 혼자 사먹는 것도 궁상스럽다. 싱글족이 '라면'과 '햇반'을 뿌리치고 반찬을 해먹겠다는 건 정말 큰 맘을 단단히 먹은 것이다. 이럴 때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장의 반찬이다. 시장 곳곳에 반찬가게들은 이제 주부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구입할 것이란 생각과 달리 요즘은 어르신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수유시장내의 반찬 가게 골목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반찬들이 진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젓갈을 비롯하여 고추절임, 양파절임 같은 저장식품과 콩자반, 오징어채, 문어조림같이 삼사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 보관가능한 반찬들과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마른반찬이 가장 인기다.


반찬을 열심히 사먹다보면 직접 만든 것인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물건을 받아다가 파는 것인지 구별할 수 있다. 의외로 단순한 방법인데 맛이 균일하지 않은 집을 찾으면 된다.






정말 먹음직스러운 반찬들...계속해서 변함없이 똑같은 맛은 오히려 의심해볼 만하다.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이 일정한 비율의 양념과 재료로 만드는 반찬보다는 역시 시장에서 직접 만들어진 반찬이 싱글족에게는 웰빙 식단이 될 수도 있겠다.


작업복은 보통 1-2만원 안팎에 가격이 결정되는 까닭에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다. 시장에서만 구경할 수 있고, 시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물건. 이것이 '진정한 시장표'다. 과일박스를 북북 찢어 진하게 써놓은 글자처럼 시장에서 통하는 의류명도 곧이곧대로 작업복이다. 이렇게 작업복을 판매하고 있는 시장의 상점에는 남자들이 직접 와서 옷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해병대에서 유래한 일명 '개구리복'은 조끼보다 바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80년대까지는 일반인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힙합 마니아들이 밀리터리룩으로 애용하고 있고, 작업복 중 유일하게 여성용도 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저씨 패션으로는 골프웨어를 닮은 일상복이 시장에서는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아저씨 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