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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백암5일장] 전통시장이 대형할인마트보다 좋은점, 그리고 살아남는길

by 엘븐킹 2012. 4. 16.

[용인백암5일장] 전통시장이 대형할인마트보다 좋은점, 그리고 살아남는길

 

 

 

 

 

 

시장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곳은 대개 떡집들입니다. 보통 새벽 4시쯤 문을 연다고 합니다. 시장답게 만드는 건 시장에서 풍겨지는 냄새와 소리가 아닐까요? 반찬가게의 갖가지 김치나 젓갈 등도 맛깔스런 모양과 잘 익은 향취로 행인의 발길을 멈칫거리게 합니다. 슬슬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입담 좋은 상인의 호객소리나 흥얼거리는 콧노래도 시장 안을 가득 채웁니다. 편하게 장보기에는 보통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가 좋다고 합니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를 장시간이라고 합니다. 주부들이 저녁준비를 위해 몰려드는 시간입니다.

 

 

 

시장이 대형할인마트보다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시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입니다. 상품을 매개로 흥정하고 소통하는 사이, 말이 섞이고 감정이 섞입니다. 덤과 에누리를 흥정하는 사이에 정을 쌓고 단골이라는 관계를 맺어갑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카트에 담긴 물건의 바코드만 읽어 내리기 바쁜 대형마트와는 분명 다른 것이 있지 않은가요?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는 장소입니다. 메마르고 텁텁한 삶 속에 시원한 냉수 한 사발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주변 이웃들의 소소한 발길이 다시 머무는 곳이 될 것입니다.

 

 

 

 

카트를 이용해 쇼핑하는 마트와 달리, 시장은 여기저기 발품을 팔다 어느새 무거워진 장바구니와 뻐근한 다리로 금세 의자를 찾게 됩니다. 손님은 쇼핑공간에서 잠시나마 자신의 몸을 쉬고, 구입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재래시장에서 화장실만큼 절실한 게 바로 고객쉼터입니다. 애초에 고객의 동선을 고려하여 쉼터를 만드는 마트와 달리 재래시장은 딱히 고객 쉼터가 쉽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이 마트에 비해 재래시장의 체류시간을 적게 만드는 요인이며, 이와 같은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자 시장마다 고객공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용인백암5일장은 백암순대 전문음식점과 화장실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고객쉼터와 주차장은 갖추고 있지는 못합니다.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왕이라면 시장에서 손님은 가족입니다. 믿음으로 마음이 통하면, 웬만한 것은 이해하는 게 한국사람의 인심이기도 합니다. 품질은 기본이고 거기에 정성어린 서비스까지 첨가된다면 입소문을 타고 단골손님이 서서히 형성될 것입니다..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익숙하게 떠오르는 '정'이나 '흥', '인간적인'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공감의 정서를 자아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의 전통시장은 과거 약장수의 공연이 벌어지고, 사당패들이 판을 벌리고, 한쪽에선  정치적인 집회가 벌어지며, 이웃마을 간에 혼사가 거론되는 축제의 장에서 한참 멀어졌습니다. 자연스런 흥의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바닥의 왁자함과 상인들의 걸쭉한 입담정도가 시장에 흥을 불어넣는 요소입니다.
 

 시장만의 정이라는 '덤'만 해도 그렇습니다. 대형마트의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1+1' 마케팅도 사실상 '덤'이고, 사람들은 대형마트가 훨씬 더 볼거리, 즐길거리, 머무를 공간이 많아서 재미있고 편하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사시사철 쾌적한 온도도 유지하니, 돈 없을 땐 대형마트에서 죽치고 있는 것도 휴가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주5일제로 달라진 주말을 한 가족이 오붓이 함께 즐기면서도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이 탄탄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이렇게 현실은 냉정한데, 시장은 여전히 과거의 이미지와 향수를 전통시장에 덧입히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통시장이 살아남는 길은 전통시장시장만의 고유한 특징을 고집하고 강화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형할인마트의 꽁무니를 따라가다간, 원래 있던 장점이나 특색마저도 희미해져버립니다. 대형할인마트가 시각적인 배치에 의해서 우리를 조정한다면, 전통시장에서는 사람이 우리를 조정합니다. 상인들의 사람 조정술은 투박하고 거칠긴 하지만, 좀더 시간을 낸다면 상인들에게 얻을 것이 오히려 마트보다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대형할인마트만 이용하지 말고 우리 지역에 있는 전통재래시장도 자주 이용하며, 장바구니에 시장의 문화를 덤으로 담아오면 좋겠습니다.